생태연구본부 / 2017.12

생물모방연구

생태학과 공학의 만남

자연에서 얻은 아이디어-생물모방

올해 4살인 조카는 아직 손가락으로 꼼꼼하게 끈을 묶을 수 없어 찍찍이 신발을 신고 다닙니다. 일명 찍찍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벨크로 테이프라고 합니다. 어린이도 사용하기 쉽고 편리한 벨크로 테이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바로 도꼬마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20세기 초 한 스위스 사람이 사냥개의 털에 붙은 도꼬마리를 관찰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꼼꼼하게 형태(모양)와 습성을 관찰하고 거기서 발전시키고, 이렇게 생물의 형태와 그 습성 혹은 생태적인 특징을 모방하여 기술로 발전시켜 사람들의 삶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분야를 생물모방이라고 합니다.
생물모방연구의 핵심은 생물학과 다른 학문의 융합입니다. 생물학과 공학이 만나는 것 외에도 기구학, 로봇학, 재료학, 그리고 생물을 따라한 디자인과 건축학 등도 있습니다.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에서는 도토리거위벌레를 관찰

국립생태원은 생물모방연구의 첫 프로젝트로 도토리거위벌레의 큰턱에 주목을 하였습니다. 도토리거위벌레는 여름철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은 후 그 도토리가 붙어있는 기지를 통째 잘라 떨어뜨리는 작은 곤충입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큰턱을 이용하여 자른 참나무 가지를 보니 매끄럽게 수직으로 잘 잘랐습니다. 그리고 알을 낳기 위해 딱딱한 도토리에 효율적으로 구멍을 파는데, 뚫은 구멍을 보면 입구는 좁으나 내부는 넓습니다.

이와 같은 특징을 절단기구, 혹은 드릴에 적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절단기구로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능성을 보고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연구한 결과 표면 입구는 작으면서 내부 공간을 많이 파낼 수 있는 ‘확공형 드릴‘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특허 출원하였습니다. 특허 출원된 ‘확공형 드릴’은 ‘미세 구멍 뚫기 및 구멍 넓히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구’로 일반적인 드릴의 회전 모터에 구멍 뚫는 칼날의 길이를 조절하는 수평방향 모터를 추가해 도토리거위벌레처럼 효과적으로 절삭을 할 있으며, 주변물에 적은 영향을 주면서 제거하고 싶은 부분을 절삭할 수 있어 향후 의료분야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도토리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만 생각되었던 도토리거위벌레이지만, 생태를 잘 보고 연구한 결과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물모방연구에서 모든 생물은 수십억 년의 진화가 만들어낸 최고의 기술자들이며, 저마다 놀라운 지혜를 가진 소중한 연구 자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