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연구본부 / 2017.12
박쥐연구
오해와 편견-박쥐의 중요성


박쥐들은 낮에는 동굴 등의 잠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밤이 오면 깨어나 어둠 속에서 빠르게 날아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전체 포유류 중 1/4 이상을 차지하는 박쥐류는 설치류 다음으로 가장 번성한 동물로 우리나라에도 23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개체수도 비교적 많은 편입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유일한 포유류인 박쥐는 다양한 장소를 잠자리로 이용하지만, 대부분은 동굴이나 폐광을 잠자리로 이용하며 계절과 온도 변화에 따라 여름철 활동기와 겨울철 동면기를 가집니다. 모성애가 강한 박쥐는 1년에 1회, 한 마리씩 새끼를 낳지만, 혼자 두지 않고 품에 안고 이동하기 때문에 새끼의 생존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박쥐에 대해 무서워하거나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어둡고 축축한 동굴에서 서식하고 밤에만 활동하는 박쥐를 사탄이나 흡혈귀로 상징하는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박쥐를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 장롱이나 문갑, 여성들의 노리개 등에 박쥐 문양을 그려 넣어 건강이나 부귀, 장수 등을 기원하였습니다. 실제로 박쥐는 우리의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중한 동물입니다. 박쥐는 야간활동 중 비행하는 데 소비되는 에너지를 충당하므로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많은 먹이를 먹는데, 외국 논문에 의하면 박쥐 1마리가 하룻밤 동안 3,000마리 이상의 곤충을 먹는다고 합니다. 만약 박쥐가 사라진다면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산림의 나무나 농작물의 해충들로 인해 고통받게 될 것입니다.

박쥐는 위기상황에 대처할 만한 공격 행동과 방위능력을 갖추지 못하므로 잠자리 장소의 외부 침입자들에 위험이 항상 노출되어 있으며, 더구나 잠을 자는 동안 위급한 상황이 생긴다면 위험은 더욱 증대됩니다. 잠자리 의존도가 높은 이유로 거대 군집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박쥐의 잠자리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개체군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 박쥐의 잠자리로 이용 가능한 공간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산림의 감소, 주택구조의 변화, 하천구조의 변경, 농약 사용으로 인한 곤충의 감소 등 환경변화와 파괴는 박쥐의 생존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박쥐 연구는 기본적인 분류와 분포를 제외한 많은 부분의 연구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은 국내에 서식하는 다양한 박쥐들을 대상으로 개체군 생태와 행동연구, 초음파분석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박쥐의 생태적 역할과 특징들을 규명하는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