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연구본부 / 2017.12

볼바키아 (Wolbachia)

개미와 공생미생물의 진화

볼바키아(Wolbachia)는 곤충에게서 발견되는 흔한 공생 박테리아입니다. 볼바키아는 약 75%의 곤충의 세포 내에 감염이 되어있으며, 최근 곤충의 암컷과 수컷의 성비를 조절한다는 것이 려졌습니다.

볼바키아는 다음 세대에 효과적으로 전파되기 위하여, 유전자만을 제공하는 수컷보다 신의 유전자와 함께 감염된 세포질을 제공하는 암컷을 선호합니다.

모기의 경우, 볼바키아에 감염된 암컷은 같은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과 짝을 지어야만 수컷이 가능하며, 감염되지 않았거나, 다른 종류의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알을 낳을 수도 없게 됩니다.

따라서 최근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를 방사함으로써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지카바이러스나 뎅기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생물학적 방제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생태원이 볼바키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미나 벌의 성 결정 방식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와 매우 다른 특이한 성 결정 방식을 따릅니다. 일반적으로 여왕개미와 일개미를 이루는 암컷은 암수 모두의 염색체를 가지지만, 수컷은 단위 생식을 통하여 여왕개미의 염색체만 물려받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전역, 주로 썩은 나무 속에서 발견되는 에메리개미는 암컷의 경우 보다 독특한 성결정 방식을 따릅니다.

애메리개미의 일개미는 다른 개미류와 마찬가지로 암수 모두의 염색체를 가지지만, 여왕개미는 자기복제를 통해 모계 유전자만을 가지며, 수개미는 암수 모두의 염색체를 받지만 모계 유전자를 포기하고 수개미의 유전자만을 가집니다.

국립생태원은 이와 같은 독특한 성 결정방식을 가지는 애메리개미와 성을 교란하는 능력을 가진 볼바키아와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적인 채집을 통해 긴 날개(공주개미)를 가진 에메리개미 집단이 전국적으로 넓게 분포하는데 비해, 짧은 날개(공주개미)를 가진 에메리개미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에 의하면 짧은 날개 집단이 긴 날개 집단으로부터 분화해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이하게도 장시형의 경우 모두 복수의 볼바키아 감염이 확인되었지만, 단시형으로 감염된 개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계통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조상형인 긴 날개집단에서 짧은 날개집단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볼바키아를 제거해 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날개 이형성의 발현과 볼바키아 감염에 대응하는 면역 체계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볼바키아와 기타 곤충

국립생태원은 에메리개미 뿐 아니라 다른 개미와 다른 분류군에서의 볼바키아에 대한 감염조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볼바키아 연구는 향후 개체군 조절이 필요한 곤충 분류군에 대한 조절 방안 마련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